
"AI 투자는 계란인가, 진주인가?"…닛케이가 흔들리는 이유
요즘 일본 증시가 난리다. 시총 50조 엔을 자랑하던 닛케이 225는 올해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의 얼굴은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를 반복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AI라는 거대한 거품이 있다. 그리고 그 거품이 꺼지려 하는 것 같다는 불안감 말이다.
오라클 쇼크...36% 올랐다가 바닥으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을 하나만 꼽자면, 오라클 주가의 변동이다. 지난 9월 10일, 오라클이 오픈AI와 무려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공급계약을 체결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오라클 주가는 단 하루 만에 36% 급등했다.
"오, 드디어 AI 시대의 승자가 나타났다!" 이렇게 외치며 모두가 환호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현재 오라클 주가는 9월 10일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왜 그럴까? 투자자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잠깐, 오픈AI가 정말 이 돈을 다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수익이 나올까?"라는 의문 말이다. 투자는 "믿음의 비즈니스"인데, 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AI는 경제의 최강 엔진"이라더니...
일본 닛케이는 최근 기고문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 "AI는 경제의 최강 엔진이 될 수 있다"고. 1990년대 일본이 금리를 올려서 거품을 터뜨린 것처럼, 미국도 과도한 AI 규제나 긴축정책으로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경고 말이다.
하지만 시장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0월 "AI 붐의 붕괴"를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마치 2000년의 IT 버블이나 2008년의 금융위기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 결산발표, "이거 대박이든 쪽박이든 결정난다"
정체의 한복판에 엔비디아 결산발표가 있다. 올해 11월 19일(한국 시간으로는 11월 20일)에 엔비디아는 2025년 8월~10월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 예상에 따르면 분기 매출이 무려 548억 달러(약 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증가 규모다. 당하면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폭발적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이거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지난 10월 개발자 회의에서 현재 세대 칩인 "블랙웰"과 내년 출시될 "루빈" 칩에 대해 5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주문을 이미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어라? 앞서 언급한 오라클과 오픈AI의 3000억 달러 계약도 실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미래에 대한 약속이 구체적인 주문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불안한 진짜 이유
일본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결산에 주목한다. 이유는 심플하다. 소프트뱅크그룹(SBG)과 TSMC(대만반도체) 같은 아시아 테크 주가 엔비디아의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아시아 주가가 먼저 움직인다는 뜻이다.
만약 엔비디아가 기대 이상의 강한 실적을 내면? 소프트뱅크그룹이 올라가고, 그러면 일본의 닛케이 평균이 50조 엔 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말 랠리의 필수조건이라는 뜻이다.
넷째, "그런데 이 거품,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국 투자 회사들이 대량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들이 소비자 보험사와 자체 생명보험에서 받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두 곳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뭐든 투자한다"는 느낌인데...
한 투자 분석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투자 기회보다 자금이 많아지니까, 심사 기준이 느슨해지고 있다." 이건 위험 신호다. 나쁜 투자안도 "투자 받으면 되겠지"라는 식으로 자금이 모이기 시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고이시 다카이치 정권, 너도 비상인가?
한편 일본의 고이시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지난 16일 "규모가 17조 엔보다 크다"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물가 대응이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재정 악화 우려가 시장에 빠르게 퍼졌다.
실제로 장기금리(10년물 국채 수익률)는 일시적으로 1.73%에 도달하며, 1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장기금리가 이 정도까지 올라가면, 그건 곧 시장이 "일본 정부, 돈이 부족한 거 아니야?"라고 외치는 신호다.
개인 투자자들의 등돌림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최근 도쿄 증시의 "신흥주식시장(그로스 시장)"이 매 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형주로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주식이 다 대형주에 몰려 있으니까, 그쪽으로 몰려간다"는 의미다. 마치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격이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개인의 론평: "AI는 최고지만, 평가는 정상 아니다"
결론이라 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몇 마디 덧붙이자면...
AI 기술 자체는 분명히 경제의 게임 체인저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AI 분야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토르 교수의 이론처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진정한 성장을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AI 평가는 "정상이 아니다." 오라클 36% 급등, 오픈AI의 3000억 달러 계약, 엔비디아의 5000억 달러 선주문...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현실적인 수익으로 이어질까?
일본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지금 보이는 표정은 "기대와 불안의 공존"이다. 엔비디아 결산발표가 나오면 시장이 어느 쪽으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혹은 더 나아가, 개인 투자자들이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AI 광풍이 "투자의 교과서적 사례"가 될 거란 것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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