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회계스캔들의 진짜 무서운 점: 니덱 "보증 없는 결산"이 왜 한국인도 봐야 할까
뭔가 이상한데 말을 못 하는 회계감시인
일본의 모터 제조사 니덱(Nidec)이 정말 시끄럽습니다. 지금 이 회사에 벌어진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감시자도 손을 들어버린" 상황입니다.
지난 11월 14일, 니덱이 2025년 상반기 결산을 발표했을 때, 감시역인 PwC재팬이 의견 불표명이라는 희귀한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하면요, 감사인이 "이 재무제표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증거가 없어서 판단을 못 하겠습니다"라고 손을 드는 겁니다.
한국 감사인들도 요즘 잔인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회계감사 의견은 네 가지입니다. "적정", "한정적정", "부적정", 그리고 의견불표명 이 네 가지 중에 의견불표명은 거의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본의 공인회계사협회도 공식적으로 "의견불표명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용인된다"고 명시할 정도입니다.
반복되는 "보증 없는 결산"의 공포
더 충격적인 건, 이번이 두 번째라는 거예요. 니덱은 이미 작년 3월 결산보고서에서도 PwC재팬으로부터 의견불표명을 받았는데, 또 받은 겁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황인지 이해하려면 비유를 해볼게요.
만약 당신이 라면 집에 갈 때마다 "이 국물이 맛있는지 못본대요"라고 식당 주인이 말한다면? 그리고 또 가봐도 똑같이 "국물이 뭔지 못 본대요"라고 하면? 그럼 그 라면 집 가시겠어요? 당연히 안 가죠. 이게 지금 니덱 상황입니다.
회계 부정이 아니라 관리의 부정
니덱의 문제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회계 숫자를 조작한 게 아니라 자산 평가를 의도적으로 미뤘다는 혐의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 자산 가치 없어졌는데, 올 해는 안 떨어뜨리고 내년에 떨어뜨릴까?"라는 식으로 손익 계산을 조절한 거예요.
회사의 중국 자회사와 인도 자회사에서 관세 미납 문제가 터지면서 시작된 이 사태는, 단순히 일개 자회사의 부실이 아니라 경영진이 알고 있던 조직적 문제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81세)이 수십 년간 지배해온 니덱에서, 상층부 인식 하에서 일어난 부정이란 뜻입니다.
상반기 실적? 믿을 게 없다
그럼 니덱의 상반기 실적은 어떨까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311억 엔이라고 발표했습니다. 877억 엔의 구조 개선비용이 들어가고, 자산 감손 손실에 계약이행으로 인한 손실까지... 숫자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투자자들이 이 숫자를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의 피크테 재팬 투자자문사의 시나가와 타카토시 스트래티지스트는 "감손 리스크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 수 없고, 향후 실적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어요. 또 다른 투자사 아뮌디 재팬의 이시하라 히로미 주식운용부장도 "회계사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왜 이게 한국인한테 중요한가
이제 본론입니다. 왜 일본 니덱의 회계 스캔들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요한가?
첫째, 일본도 우리처럼 회계부정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한국 투자자들은 보통 일본 기업을 우리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도요타, 소니, 미츠비시 같은 대기업도 부정 사건을 겪었고, 이제는 니덱까지 입니다.
둘째, 감사인의 역할이 예상 외로 약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외감인(외부 감사인)이 기업을 제대로 감시 못 하는 문제가 계속 논쟁이 되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PwC 같은 Big4 회사도 "증거가 없어요"라고 손 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났거든요. 그러면 일반 투자자들은? 정말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거죠.
셋째, 이건 "수익 압박 문화"의 결과라는 게 중요합니다. 니덱의 나가모리 회장은 "수익 중심주의" 경영으로 유명하거든요. 한국 기업 경영진들도 요즘 분기별 실적 달성에 목숨 거는 경향이 강한데, 이게 과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주가는 30% 떨어졌다
실제로 니덱의 주가는 지난 9월 3일 제3자 위원회 설치 발표 이후 30%나 떨어졌습니다. 11월 14일 결산 발표 당일에는 또 8% 급락했어요. 니덱은 이미 도쿄증권거래소로부터 특별주의 종목으로 지정되었는데, 상장 유지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회계감시인은 왜 입을 다물고 있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PwC재팬이 "의견불표명" 판정을 내렸지만, 그들이 왜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일본의 전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 하타 신지(81세, 예, 회장과 나이가 같습니다. 회계 권위자는 60년을 먹어도 똑같이 먹네요)는 "감손 손실 같은 항목은 회사의 주관이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감사법인이 의사결정 과정과 내부통제를 어떻게 평가해왔는지가 중요하고, 증거를 못 구한 이유,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상황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PwC재팬은 일본경제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개별 감시업무와 피감사회사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이건 마치 "우리는 문제를 봤지만, 왜 문제인지는 말 안 할 거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외톨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불쌍한 건 일반 투자자들입니다. 니덱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니 "저점에 사봐야 하나?" 생각하는 투자자도 있겠지만, 어디까지가 진짜 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애널리스트들도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상황이고요.
일본의 신용평가사 R&I는 "현재까지 재무 영향은 작다고 봤지만, 추가 비용이나 자산 평가 감소가 더 필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한국 기업은 대비됐나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 기업 중에도 비슷한 구조가 많습니다. 특히 대형 가족 기업에서는 창업자 중심의 강한 경영 문화가 있고, 그 아래에서 실적 압박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한국도 감사인의 실제 권한과 책임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니덱 사태는 "회계 숫자를 조작한 나쁜 인간들 때문"이 아니라, 회계 시스템 자체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투명성과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프로세스에서 나오거든요.
개인적 생각
21세기 일본 경제가 자랑하던 회사들이 자꾸만 회계 문제로 터지는 걸 보면서,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산업과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과 시스템 미비라는 같은 원인입니다.
니덱 주가를 보면서 "사고 팔아서 돈을 벌 기회"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이건 "정보 불평등의 극단적 사례"를 보여주는 겁니다. 회계감시인도 입을 다물고, 회사도 설명이 부족하고, 투자자들은 판단할 정보가 없다? 이게 공정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니덱이든 한국 기업이든, 대기업이 투명하다는 가정은 이제 하지 말자는 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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