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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빚 탕감령" 논란... 한국인들도 남의 일 아니다?

by fastcho 202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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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빚 탕감령" 논란... 한국인들도 남의 일 아니다?

아주 오래전, 중국과 일본 역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나요? "빚 탕감령" 이라고 불리는 정책 말이에요. 쉽게 말해서 가난한 농민들의 빌린 돈을 탕감해주는 대사면 제도였죠. 음, 그거를 2025년 현대에 부활시킨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태국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건, 태국의 이 정책을 보고 있으면 한국 상황이 자꾸 떠오른다는 겁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미래를 보는 기분 말이에요.

태국, 대규모 "빚 탕감" 쇼에 나서다

먼저 태국에서 벌어진 일부터 보겠습니다. 태국 정부가 올해 11월에 발표한 새로운 정책 **"Clear Debt, Move Forward"**는 2026년 1월부터 시작됩니다. 예산 규모는 무려 약 1,200억 바트, 우리 돈으로 약 5,700억 원 정도예요.

정책의 내용은 이래요. 총 빚이 10만 바트 이하인 340만 명의 저소득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이자를 완전히 깎아줍니다. 원금만 갚으면 되는 거죠. 완제 후에는 신용 기록에서 부도 이력을 지워줍니다. 마치 빚이 없었던 것처럼요.

태국 에크니티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자신감을 드러냈대요. "가계부채는 경제의 장기적 안정과 관련된 문제다. 국민들에게 재출발의 기회를 줘야 한다" 고요. 자, 이건 정말 그럴듯한 말처럼 들리죠?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우리도 남은 못할 것 같은데?

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얼마나 심각한지 먼저 보겠습니다. 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88.2% 수준입니다. 싱가포르(44.2%)나 인도네시아(16%)와 비교하면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아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어요. 태국의 상황이 우리 한국과 유사하다는 거죠. 사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90.7~91.7% 수준입니다. 태국보다 약간 높아요. 한국은 캐나다(100.6%)에 이어 세계 2위의 가계부채 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그 같지만 진짜에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한국인 평균 소득이 1억 원이라면, 빌린 돈은 2억 원을 넘습니다. 이를 소득대비부채비율(LTI, Loan to Income)로 나타내면 235.1% 정도가 되죠.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대출의 61.9%는 주택담보대출이고, 나머지 38.1%는 신용대출 같은 것들입니다.

태국의 가계부채가 급증한 이유도 우리와 비슷해요. 저금리 기간에 주택과 자동차 구매 지원 제도 때문에 빌리기가 쉬워졌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증가했어요. 태국 상공회의소 대학에 따르면, 2025년 1가구당 평균 부채 잔액은 74만 바트(약 3,500만 원)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고 하네요.

일자리는 없고, 빌린 돈은 늘어나고...

태국의 자동차 산업이 지금 피를 흘리고 있어요. 태국 공업연맹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생산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고 합니다. 왜? 가계부채가 막대해서 자동차 할부금 심사에서 떨어지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미쓰비시 자동차는 최근 태국의 3개 완성차 공장 중 1개를 휴지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부동산 대출이 팍 풀렸다가 빠졌고, 소비자 신용대출도 꽉 조여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거든요.

"선거"라는 불가항력적 현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왜 태국 정부가 지금 이런 정책을 내놨을까요?

아누틴 태국 총리가 9월에 정권을 잡았을 때 이미 힌트를 줬어요. "내년 1월 말까지 의회를 해산하겠다" 고 선언했거든요. 즉,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거죠.

정치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임기가 제한되어 있고, 선거가 코앞인데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한 거예요. "자, 이 정책을 보세요. 340만 명의 국민이 이자 부담에서 벗어났어요!" 이렇게 홍보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정말 이게 좋은 정책일까요?

"도덕적 해이"라는 골칫거리

여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태국 개발연구소의 노나릿 리서치 펠로우는 이렇게 지적했어요. "채무자들이 어려워하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생각이 뿌리내릴 수 있다" 고요.

이게 뭐냐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어차피 정부가 나중에 탕감해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더 무분별하게 빌리게 되잖아요. 그럼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에요.

태국 소비자금융 경영진들은 다른 문제도 지적합니다. 신용 기록을 깨끗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문제라고요. 왜냐하면 "금융기관들이 이자를 못 낸 소비자를 깨끗한 고객이라고 잘못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결국 금융 기관들의 신용 정보 신뢰도가 떨어져서, 앞으로는 대출을 더 안 해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카시콘 은행은 이 정책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전체의 0.1~0.2% 정도" 에 불과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흠... 좀 초라하긴 하네요.

태국의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태국의 문제는 비단 가계부채만 아닙니다. 7월부터 9월까지 태국의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에 그쳤거든요. 전 분기(2.8%)에 비해 크게 줄었어요. 이는 2024년 1월부터 3월 이후로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태국은 지금 정치적으로 불안정합니다.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이 본격화했고, 전 총리의 실언으로 정권까지 바뀌었어요.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았고, 경제 정책이 정체되면서 소비까지 부진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 한국 상황을 대입해봅시다. 한국도 가계부채 비율에서 태국보다 높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태국처럼 대규모 빚 탕감령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어요.

한국의 접근은 조금 다릅니다. 신용대출 한도 제한, 대출 심사 강화, 그리고 주택 정책 조정 등으로 서서히 관리하는 방식이거든요. 물론 정부 부채 연체자 지원 같은 개별 프로그램들도 있긴 하지만, 태국처럼 대규모로 모든 사람의 이자를 깎아주는 식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경제가 계속 안 좋으면 정치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 선거 시즌이 가까워오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유혹"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저, 가계부채 다 없애드리겠습니다!" 같은 공약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니...

태국의 정책을 보고 있으면, "즉각적인 효과" vs "장기적 부작용"의 딜레마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아요. 정부가 340만 명의 이자를 깎아주면 단기적으로는 분명 소비가 살아날 겁니다. 선거 전에 인기도 얻을 테고요.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정부가 나중에 구해줄 거야"라고 생각하면, 그건 장기적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마치 과식을 반복하는 사람처럼, 나중에는 더 큰 "소화 장애"를 겪을 수 있는 거죠.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건 시사점이 많아요. 가계부채 비율이 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뭘까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정책"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인가?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것보다 국민이 스스로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태국 정부도, 우리 정부도 말이에요. 이자 탕감보다는 일자리, 이자 깎아주는 것보다는 소득 증대가 답일 것 같거든요.

결국, 태국의 빚 탕감령 정책은 "정치 쇼"인가, 진정한 경제 처방인가? 라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한국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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