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일본 경제: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정복과 일본 정부의 헛발질 예산
오프닝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여러분,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100년 된 할리우드 제국이 하루아침에 스트리밍 공룡에게 잡아먹히고, 이웃 나라 정부는 수천억 원을 들여 '취업 못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전기차의 황제는 일본 자동차의 심장부에 '빨대'를 꽂을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합니다. 오늘 이 세 가지 기막힌 사건들을 탈탈 털어보겠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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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기의 M&A: 넷플릭스, '해리 포터'와 '배트맨'의 집을 삼키다
할리우드 100년 왕조의 몰락
사건의 시작은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IT 부자가 로마 콜로세움을 통째로 사들였다고 하면 이런 느낌일까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할리우드를 지배해 온 거인, '해리 포터'와 '배트맨'의 제작사로 유명한 워너 브라더스가 스트리밍 시대의 신흥 강자 넷플릭스에 인수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사는 수준이 아닙니다. 콘텐츠 산업의 권력이 전통의 '제작사'에서 신흥 '플랫폼'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알리는, 그야말로 역사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수합병의 핵심 디테일
이번 '빅딜'의 규모와 내용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인수 금액: 무려 720억 달러(우리 돈 약 111조 7,000억 원)입니다. 웬만한 국가 1년 예산에 버금가는 천문학적인 액수죠.
- 인수 대상: 워너의 핵심 자산이 전부 넘어갔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든 영화 스튜디오는 물론,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드라마 왕국 'HBO',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까지 넷플릭스의 품에 안겼습니다.
- 제외 대상: 딱 하나, 뉴스 채널인 'CNN'은 분리 매각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는 보도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셈이죠.
"콘텐츠가 왕이다" vs "빚더미에 앉은 왕"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이 엄청난 돈을 썼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콘텐츠가 왕(Content is King)"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3억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지만, 이들을 계속 묶어두려면('락인 효과')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외부에서 콘텐츠를 사 올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해리 포터', '배트맨' 같은 확실한 IP(지적 재산)를 확보해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넷플릭스가 막대한 현금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리를 거머쥔 겁니다.
반면 워너는 왜 팔릴 수밖에 없었을까요? 100년 제국도 시대의 변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TV 부문 성장은 둔화됐고, 영화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2022년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며 몸집을 불렸지만, 오히려 빚만 늘어나 2024 회계연도 결산에서 113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라는 막대한 최종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입니다.
할리우드의 지각변동과 정치적 그림자
이번 인수는 할리우드 생태계를 뿌리부터 뒤흔들 겁니다. 과거처럼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 걸고, 나중에 DVD나 방송사에 파는 전통적인 사업 모델은 이제 종말을 고할 가능성이 큽니다. 모든 권력이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으로 집중되면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들도 이제는 이들 플랫폼의 전략에 따라 웃고 우는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 M&A에는 숨겨진 리스크가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라는 변수입니다. 미 법무부는 벌써부터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인 '리버럴 미디어'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데, 넷플릭스의 사풍이 바로 그쪽에 가깝습니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통신사 AT&T의 워너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 인수도 순탄하게 끝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시장의 '쩐의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일본 정부는 엉뚱한 곳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다음 소식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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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200억 엔짜리 삽질: 국민 혈세로 '백수' 양성하기
"미래 인재 양성"의 배신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국민들의 재교육, 이른바 '리스킬링'을 지원하는 것, 취지는 참 좋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구조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주고,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좋은 정책이 어떻게 국민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지, 그 기막힌 실태를 고발합니다.
세금은 줄줄, 취업문은 꽁꽁
일본 후생노동성이 주관하는 공적 직업훈련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 총예산: 이 사업에 투입되는 돈이 연간 1,219억 엔(우리 돈 약 1조 2,400억 원)에 달합니다. 수강생 1인당 29만 엔(약 295만 원)이 넘는 세금이 지원되는 셈입니다.
- 결과: 그런데 이 막대한 돈을 쓰고 난 결과는? 훈련을 마친 사람의 약 30%(정확히는 28.2%)가 취업에 실패했습니다. 10명 중 3명은 교육만 받고 다시 실업자 신세가 된 겁니다.
- 핵심 문제: 원인은 간단합니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정부가 가르치는 기술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는 12개인데 구직자가 100명이나 몰리는 '웹 디자이너'(유효구인배율 0.12배)나 이미 인력이 넘쳐나는 '플라워 디자이너', '영상 제작' 같은 분야의 훈련 과정이 수두룩합니다. 이건 마치 손님들이 전부 스테이크를 찾는데, 주방에서는 붕어빵만 죽어라 굽고 있는 꼴입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게 그냥 돈 낭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본은 2040년까지 노동인구가 무려 900만 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정된 인적 자원을 한 명이라도 더 생산성 높은 곳으로 보내야 할 판에, 나라가 앞장서서 '취업 안 되는 교육'에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이건 그야말로 미래에 대한 배임 행위입니다.
덴마크는 하는데, 일본은 왜 못하나?
이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보려면 '리스킬링 대국'으로 불리는 덴마크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어떤 직업 훈련을 할지 정부 관료가 책상에 앉아 결정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조합과 경영자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훈련 메뉴를 짭니다. 그러니 기업의 수요와 훈련 내용이 엇나갈 일이 거의 없는 겁니다.
관료주의가 낳은 비극: '예산 쓰기'가 목표가 된 나라
일본의 이 한심한 사태는 고질적인 관료주의, 이른바 '세로 나누기 행정(縦割り行政)', 즉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됐습니다. 후생노동성은 그저 작년에 썼던 예산을 그대로 타내서 집행하는 데만 급급할 뿐, 그 돈이 정말 국민들의 취업으로 이어지는지 성과를 검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이쯤 되면 취업은 뒷전이고, 그저 예산을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죠.
이렇게 정부가 헛돈을 쓰는 동안, 시장에서는 한 기업이 일본의 심장부인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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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충전기 전쟁: 안방까지 내준 일본의 '충전 굴욕'
전기차 후진국 일본, '충전기'라는 전략무기 앞에 서다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 일본은 유독 이 흐름에 뒤처져 있었습니다. 남들 다 스마트폰 쓸 때 혼자 꿋꿋하게 폴더폰 쓰다가 뒤늦게 허둥지둥하는 모양새죠. 그런데 바로 이 빈틈을 테슬라가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영리한 방식으로 말이죠. 테슬라가 꺼내 든 카드는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역에 자사의 충전 규격을 확산시키는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이 아닙니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무기'를 일본의 심장부에 설치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습니다.
40% 증설, 일본 전역을 장악하라
테슬라의 계획은 대담하고 구체적입니다.
- 현재: 일본 내 테슬라 충전기는 약 700개 수준입니다.
- 목표: 2027년까지 이를 1,000개 이상으로, 무려 40%나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의미: 지금까지 수도권에 집중됐던 충전망을 지방 도시까지 촘촘하게 확대해, '일본 어디서든 테슬라를 불편 없이 탈 수 있다'는 인식을 심겠다는 겁니다.
'표준 전쟁'의 서막: CHAdeMO vs NACS
이 사태의 본질은 바로 '표준 전쟁'입니다. 과거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VHS'와 '베타맥스'가 사활을 걸고 싸웠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지금 일본 충전기 시장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기존 표준은 '차데모(CHAdeMO)' 방식입니다. 반면 테슬라는 독자 규격인 'NACS'를 밀고 있죠.
상황은 차데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마쓰다(Mazda)나 유럽의 스텔란티스 같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마저 속속 테슬라의 NACS 규격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한번 표준을 장악하면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설상가상으로,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차데모 방식을 '비관세장벽'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힘과 정치적 압박 양쪽에서 일본의 '갈라파고스' 표준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겁니다.
아이러니: 미국에선 '밉상', 일본에선 '인기 폭발'
재미있는 점은 이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각종 정치적 발언과 기행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테슬라의 이미지가 나빠지며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 내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했습니다. 정치적 이슈와 제품의 경쟁력을 분리해서 보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이 드러난 대목입니다.
일본 자동차 산업에 던져진 충격 요법
테슬라의 공세는 일본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에 거대한 파장을 몰고 올 것입니다. 이는 안방에서 편안하게 머물러 있던 도요타, 혼다 같은 거대 기업들에게 전기차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강력한 '충격 요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일본의 자동차 거인들이 이 거센 도전에 어떻게 응전할지, 그리고 일본의 충전 인프라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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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자, 오늘 본 세 가지 사건은 모두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현실을 외면한 자들의 말로'입니다. 100년 영광에 취해 스트리밍을 외면한 워너, 기업의 수요를 외면한 일본 관료, 그리고 내연기관의 영광에 취해 전기차 시대를 외면하던 일본 자동차 산업. 시장은 이 모든 오만을 정확하게 심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과연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놀라운 소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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